주말 동안 크래프톤 웨이란 책을 읽었다.
기술 서적 외에 책은 잘 읽지 않았는데 CTO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책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블루홀에서 지금의 크래프톤이 되기까지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자극적이어서 마치 소설을 읽듯이 빠르게 이야기에 들어가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나서 느끼는 여운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생각나는데로 적어본다.
초반부에는 현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이 MMORPG 명가라는 비전 아래 공동 창업자들과 블루홀을 창업을 하고 세상에 없는 MMORPG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정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이 비춰진다.
하지만 이후 테라라는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고통과 힘들게 나온 제품에 비해 빠르게 식은 게이머들의 관심과 저조한 수익으로 인한 재정악화로 인한 어두운 단면마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어두운 단면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까지 계속 지속된다.
한 때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국산 신작 게임에 흥미를 보이며 플레이하는 것을 보다가
지금의 전세계 최고의 배틀로얄 게임이 되는 것까지 지켜봤던 나로서 이러한 회사 내면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웹 서비스의 경우 수 개월 내에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점점 기능을 넓혀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게임은 재미라는 측정할 수 없는 혹은 매우 힘든 목표를 갖고있고,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인력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제품의 특성 상 한 번의 실수, 실패가 그만큼 치명적이고 뼈아픈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 실패로 인해 변해갈 수 밖에 없는 회사의 상황은 꽤나 무섭고 잔인한 것 같다.
(나는 테라는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테라로 인해 받은 회사의 고통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컸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인재`와 `비전`이다.
또한 창립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명가`라는 회사의 핵심 비전을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는 이러한 뚜렷한 비전과 철학 아래 주변의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사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감명 깊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회사가 삐걱대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제작 총괄 PD이자 현 크래프톤 대표인 김창한이라는 인물의 실행력에 감탄했다.
(배틀그라운드 전,후의 상황이 극과극 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또한 나도 스타트업에서 제품을 만들어가는 개발자이다보니,
초반부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지만 회사의 경영적 악화와 공동 창업자였던 경영진의 퇴사, 또 일과 회사에 지친 직원들의 불만과 같은 회사의 어두운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고 '나라면?' 이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장병규였다면 수많은 돈을 붓고 여러 시장을 찔러봤지만 큰 임팩트가 없던 시기에 회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내가 회사가 힘들 때 대박 아이템을 떠올렸다면 김창한과 같이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내가 블루홀이 힘들 때 그곳의 직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등등...
장병규가 `노동`과 `인재`의 차이점과 `인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피력하는 부분이 있다.
나도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을 지속하기 힘든 때가 자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는 보상과 대우를 받지만 그 만큼 고통스럽고 때로는 고달프다.
나는 인재일까? 인재라면 언제까지 인재로 있을 수 있을까? 아니라면 어떤 노력을 더 해야할까?
한 기업의 설립에서 밑바닥과 내면 그리고 대박 제품을 내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과 이로인해 흥하는 10년의 과정을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동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기술 서적 외에도 여러 책을 자주 읽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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